부들부들
부시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솔레이마니를 사살할 수 있었으나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 등으로 계획을 접었다고 본문
미국 플로리다주와 이라크 바그다드와의 시차는 8시간. 미군은 솔레이마니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직후인 3일 새벽 1시쯤 미군은 솔레이마니가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탑승한 차량에 드론을 이용한 공습을 가해 그를 숨지게 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전쟁 영웅이자 군부 최고 실세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이어 이란의 ‘두 번째 권력자’라는 평가도 받았다. 미국은 솔레이마니가 이란의 미국 공격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이유로 수십 년 동안 그를 감시해왔다.
하지만 솔레이마니는 미군의 기습작전으로 숨졌던 9·11 테러의 배후 오사마 빈 라덴과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NYT는 지적했다.
빈 라덴과 알바그다디는 은신처를 숨기고 도피 생활을 해왔으나 솔레이마니는 공개적으로 움직였다. 솔레이마니는 전장에서 셀카를 찍기도 했고, 그의 팬들은 우연히 만난 그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NYT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솔레이마니를 사살할 수 있었으나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 등으로 계획을 접었다고 전했다. 전임 행정부는 솔레이마니를 제거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제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 시점에 솔레이마니 폭사 계획을 승인했을까.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지금은 파편적인 정보만 전달해 전모를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란의 계속적인 도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미국인을 겨냥한 이란의 추가 공격 우려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정치 문제는 이번 결정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강조한다”면서도 “미국 상원의 탄핵 절차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공격이 감행된 것은 깊은 의심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사 승인 이유와 관련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지난 연말과 올 연초 이라크에서 벌어진 충돌이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중북부 키르쿠크의 미군 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국 민간용역 회사 직원 1명이 숨졌다. 미국은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를 배후로 지목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달 29일 시아파 민병대 기지 5곳을 폭격해 이 조직원 25명을 숨지게 했다. 시아파 민병대는 보복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올해 1일 밤까지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공격했다.
NYT는 미국 민간직원 1명이 숨졌던 지난달 27일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솔레이마니 제거에 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20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정찰 중이던 미군 정찰 드론을 격추한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가 돌연 철회해 ‘종이 호랑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자주 이란과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이란은 미국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데 대해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벵가지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이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벵가지 사태는 2012년 9월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무장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미국 외교관 4명이 숨졌던 사건이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대선에서 벵가지 사태의 책임론에 발목이 잡혔었다.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벵가지 사태가 트럼프의 마음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공격이 임박한 위협을 막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솔레이마니 제거는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CNN방송·폭스뉴스와 연달아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위협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솔레이마니는 워싱턴에서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그다지 오래 전이 아닌 시점에 지휘했었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솔레이마니가 시리아에서 미군과 미국 외교관들을 겨냥한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솔레이마니가 바그다드에 도착하기 전, 머물렀던 곳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라는 점은 이런 추측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미국 당국자들은 솔레이마니가 크기·규모·범위 면에서 엄청난 위협을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대응하지 않았다면 대처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며 “대응하지 않은 위협이 대응한 이후의 위협보다 더 컸다”면서 솔레이마니 제거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정치적 문제와 연관 짓는 의심의 시선도 빠지지 않는다. 탄핵과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 국면을 탈출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솔레이마니 제거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큰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미국을 거대하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분쟁에 빠트렸다”고 전했다. CNN은 “이란과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미국의 국가안보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유가상승 등 전 세계적인 경제쇼크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솔레이마니 제거 결정 전이었던 지난달 30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은 힘든 직업(tough business)’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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