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부들
비트코인의 절묘함은 우수한 것이 아니라 사회권력의 교체를 바라는 시장의 요구에 호응한다는 거야. 본문
비트코인의 절묘함은 우수한 것이 아니라 사회권력의 교체를 바라는 시장의 요구에 호응한다는 거야. 딱이잖아. 한번은 비트코인 개발자 커뮤니티에 가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왠 동네 할 일 없는 형처럼 생긴 사람들이 잔뜩 모인 거야. 어라? 그래도 신기술인데 이건 아니지 않나 했어. 이전에 인공지능 관련 모임에 갔을 때는 학구파 찐따처럼 생겼지만 그래도 눈알은 똘망똘망한 애들이 있었거든. 그 찐다 새끼들은 그냥 재수가 없었는데, 여기는 또 왠 중고차, 휴대폰, 용팔이 같은 애들이 모여있는 거야.
양재의 스타트업 공간에서 세미나라고 해서 열리길래 또 가봤지. 엊그제까지 인공지능으로 미디어아트를 하겠다던 애가 크립토커런시 기술 홍보를 하고 있네? 외국계에 독특하게 생긴 애였는데 갑자기 언니가 여기서 왜 나와? 암튼 내용을 잘 들어보니깐, 기존의 암호화폐가 실사용에 있어서 큰 문제가 있고 그래서 자기들은 그걸 개선하려고 몇 가지 추가 기술을 고안했다는 거였어. 너무 많은 사람이 검증에 참여하므로 속도가 느리게 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소수 사람이 주도하게 만든다나.
야 시바 근데 그런 거면 분산이 아니잖아? 게다가 그 소수 사람이 서로 짜고 치면 어떻게 하지? 짜고 칠 수 없게 설계되어서 좋은 게 비트코인이잖아. 근데 짜고 칠 수 있으면 사기 칠 거 아냐. 이걸 질문했더니 그냥 쌩까더라고. 아 이건 좃된 사기질이구나 했지. 이렇게 쉽게 털리는데 오래 가긴 글렀구나. 이거 말고도 기술적 문제는 많지만 핵심은 "결제 시간이 몇분씩 걸린다"였어. 마치 다단계 강연회에 들른 기분이랄까. 역시나 2018년 그해 거품이 꺼지면서 조용해지더라고. 그렇게 잊고 있었지.
근데 코로나가 열리시니 잠잠하던 코인시장이 또 들썩 거리네? 올초까지만 해도 별 일 없던 시장에 일론이 기름을 붓더니 마구 타오르네? 근데 또 미친 일론이 또 그걸 확 꺼뜨려버리네? 환장한다. 확실한 건, 고향에 계신 이모가 나에게 전화를 한 거였어. 노가다를 하시거든. "금재야, 요새 주변 아재들이 코인 한다던데, 내도 좀 해도 되겠나?"라고 하시길래, 듣는 순간 조만간 끝나겠다 했지. 대공황 때도 애엄마와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을 살 때쯤 폭락했다고 하잖아. 딱 그 타이밍 만큼 가더라고. 옛말 틀린 거 하나 없구나.
근데 유튜브 댓글을 보니깐 아직도 환상을 품고 있는 애들이 있는 거야. 한국은행이 CBDC 테스트 한다고 하니깐, 당연한 듯이 한국도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개소리가 나오는 거야. 어라? 이 사람들 정말 암호화폐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한다고 믿는 건가? 실물 화폐가 있었으니깐 디지털 화폐가 그걸 대체한다는 말을 정말로 믿는겨? 오와우화우화. 요새 한강에서 집단 히스테리가 유행한다더니 그게 이쪽까지 퍼졌구나.
속도가 느리다는 건 말했고. 암호화폐에서 그나마 남은 쓸모는 보안성인데, 문제는 기존의 암호체계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거야. 물론 잘 모르는 친구들은 옥션도, 농협도 해킹당하고 가정집 마우스도 해킹당하는 무서운 세상인데 그거 믿을 수 있겠냐 하겠지만 잘 들어봐. 암호체계란게 별개 아니야. 그냥 자전거 번호잠금장치를 컴퓨터로 구현한 거라고. 설마 그게 뭔지 모르진 않겠지?
그리고 비밀 번호를 아는 사람이 그걸 열 때는 5초가 걸려. 근데 모르면 10분이 걸려. 모든 번호 조합을 다 때려넣어봐야 하니깐. 근데 디지털 방식이라 5분마다 비밀번호 체계를 바꾼다고 해봐. 절대로 못 따겠지? 실제로 2차대전 때도 튜링이 참여한 봄베는 결국은 제대로 못 써먹었다니깐. 하다하다 안 돼서 그냥 유보트 하나 털어서 암호책 보고 풀었다니깐.
암호란 게 대단한 게 아니지만 그걸 풀려면 개 노가다가 필요한 거야. 절대적으로 만든 놈이 유리한 거지. 스승이 제자 골려먹는 거랑 비슷한 거지. 물론 이건 나름 이유가 있다만. 조금만 복잡하게 만들면 제자는 절대로 풀지 못해. 니가 답을 맞추면 스승은 그걸 즉시 부정할 거야. 왜? 노가다 시키려는 거지. 그럼 그 새끼 나쁜 새끼 아니냐? 그건 아니야. 노가다 없이 이론만 달랑 배우면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거든. 좋은 건 날로 먹으려면 안 되는 거야. 암호시스템이 이거랑 비슷해. 양자컴퓨터 할배를 데려와도 절대로 못 풀어. 이쪽에서 손가락을 까딱하면 저쪽에서는 포크레인을 가져와야 대등해지거든.
게다가 암호화폐 시스템을 돌리려면 기존 시스템에 비해 시스템 자원이 어마무시하게 필요해. 요새 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지? 암튼. 전기를 졸라 많이 처먹는단 말야. 노트북에 들어있는 GPU 하나랑, 가정용 에어컨이랑 전기료가 비슷한 거 알아? 그래서 전에 고시원 살 때 주인 몰래 머신러닝 훈련(GPU사용)해볼까 했다니깐. 괜히 일론이 비트코인이 환경에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야. 그래, 말은 맞아, 그 말은, 근데 일론이 할 소리는 아니지.
요즘은 암호화폐주의자들이 화폐란 말을 빼고 자산이라고 불러달라고 그런다지. 그래 솔직해지니깐 좀 낫네. 하지만 그런다고 암호화폐가 주류화폐를 대체하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아. 걱정하지마. 적어도 기술은 내가 다 빠짐없이 검증해봤다고. 나는 암호화폐 때문에 배운 게 많은 사람이야. 나에겐 나름 쓸모가 있었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이해가 됐어. 괜히 자본주의를 열심히 공부했다니깐. 아쉬운 건 내가 돈을 벌지 못했다는 거지. 여윳돈이 없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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