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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회복 기대감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달러 강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해 증시에 여파 본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조정 없는 상승세를 나타내던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하루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미국 금리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작년 말 0.92%에서 1.71%(현지시간 3월 18일)까지 급등했다.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방준비제도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장기간 동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장금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간다.
금리가 올라가는 건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까지 의회를 통과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 확대도 거론되고 있어 2021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FOMC에서 작년 12월 예상한 2021년 미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4.2%였는데, 올해 3월 회의에서는 6.5%까지 높아졌다. 2021년 말 5%로 점쳐졌던 실업률 전망치는 4.5%로 낮아졌다. 전방위로 확산하는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미국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니다. 작년보다 올해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갖고 있었다. 오히려 문제는 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달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거의 모든 나라가 작년보다 성장률이 개선되는 경기 회복을 경험하겠지만 그중에서도 미국이 보이는 회복 강도는 차별적으로 강하다. 반면, 미국과 달리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 일본은 정체를 나타낸다.
공식적으로 탈 코로나에 가장 먼저 성공한 중국은 올해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강력한 경기 부양보다 늘어난 부채 관리에 치중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를 후퇴시켰다. 백신 접종이 더딘 신흥국들의 상황은 더 나쁘다. 미국 경제가 차별적으로 좋으니 미국 달러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확실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십수 년간 글로벌 경제의 구조가 바뀌었다. 과거엔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미국 외의 많은 나라가 대미 수출을 늘리면서 경기가 함께 좋아졌다. 최근엔 미국 경제에 도는 온기가 미국 밖으로 퍼지는 효과가 현저히 약해졌다.
보호무역을 노골적으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 때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미국산 제품 구매 장려), '리쇼어링'(reshoring; 다국적 기업들의 본국 회귀) 등 자국 제조업 진흥 정책을 내건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였고,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에서도 내셔널리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달러가 강해질 때 미국 밖의 금융시장이 평온했던 경우는 거의 없다. 달러 가치가 강해지면 비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흥국 주식시장에선 거의 전방위적인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경기 회복 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부담을 어느 정도 완충시킬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미국보다 경기 회복 강도가 약한데, 달러가 강해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니 그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모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기 회복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상승할 때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발작증상'(tantrum)이 나타나곤 했다. 2011년, 2013년, 2015년, 2018년이 그랬다.
2011년은 금융위기 여파가 걷히며 경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금리가 상승했는데, 이때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돌출됐다. 2013년엔 당시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을 시사하자 브라질을 대표로 신흥국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2015년은 미국 금리 인상이 논의되던 시기인데, 미국 긴축 우려에 중국이 유탄을 맞으면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회자됐다. 2018년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조치로 미국 경제가 과열로 치달으면서 인플레이션 발생, 금리 급등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약세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리가 급등하면 성장주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성장주는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주가가 형성된다.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의 산물이기에 가시적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전통적 경기민감주의 매력도가 커지고, 성장주의 매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린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전통적 경기민감주가 포진된 다우지수가 하방 경직성을 보이는 반면,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급락세를 나타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증시의 성과가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이고, 브라질·터키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의 성과가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주식은 외환 사정이 안정적이고 경기 회복 강도도 주요국들 중 상위권에 속하기 때문에 여타 신흥국보다 낫겠지만 작년처럼 미국보다 좋은 수익률을 기록하긴 힘들 전망이다. 스타일별로는 성장주보다 전통적 경기민감주의 강세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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